5 장

새벽이었다.

갑작스러운 복통이 배를 세차게 비틀어 왔다.

내장이 통째로 쥐어짜이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얼굴은 금세 핏기를 잃었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사실 이런 복통은 처음이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종종 배가 아팠지만 단순한 위장병쯤으로 생각하며 넘겨왔다.

하지만 어제.

학교에서 쓰러질 뻔한 뒤 병원 검진을 받고서야 알게 됐다.

이건 단순한 복통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베란다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엄마…….”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엄마……!”

사람은 가장 힘들고 가장 아플 때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는다.

한때 자신의 피와 살이었던 존재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고요한 밤공기 속에는 바람 소리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예나야!”

희미하게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웃집 할머니였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엄마가 나를 베란다에 가두거나 집 밖으로 내쫓으면 나는 종종 할머니 댁으로 도망가곤 했다.

우리 집은 오래된 1층 아파트였다.

베란다 앞에는 1미터 남짓한 울타리가 있었다.

예순이 훌쩍 넘은 할머니가 어떻게 그 울타리를 넘어 나를 데려갔는지는 지금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의식이 끊겼다.

눈을 뜬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배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렇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가 완전히 식어버린 사람처럼.

경찰은 여전히 우리 집을 드나들고 있었다.

엄마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예나가 돌아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피해 학생 부모님께도 반드시 설명드릴게요.”

주변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예나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봤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요.”

하지만 경찰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 방에서 나온 빨간 코트 때문이었다.

목격자가 본 범인의 옷과 정확히 일치했다.

게다가 코트 한쪽은 찢겨 있었고,

그 섬유 조각은 죽은 송지아의 손에서 발견됐다.

모든 증거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경찰이 돌아간 뒤,

이웃들은 분노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

“당신이 예나 인생을 망치고 있어.”

“당신은 예나 엄마 자격도 없어.”

비난이 쏟아졌지만 엄마는 오히려 더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또다시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렸다.

“남편도 일찍 잃고 어린 딸까지 데리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내 인생이 얼마나 불쌍한지 당신들이 알아요?”

몇 년 전 강모연이 나에게 누명을 씌운 이후로 동네 사람들은 엄마와 강모연 부녀를 곱게 보지 않았다.

엄마에게는 친구도 거의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그 모든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믿었다.

내가 재수가 없어서.

내가 태어나서.

자기 인생이 망가졌다고.

그때였다.

“엄마, 울지 마세요.”

강모연이 다가와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눈물 맺힌 얼굴로 다정하게 위로했지만,

그 시선은 이미 이웃집 할머니 집 대문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어머니에겐 아빠랑 제가 있잖아요.”

“우리 둘만 있으면 되잖아요.”

엄마는 감동한 얼굴로 강모연을 끌어안았다.

“그래.”

“나한텐 창민 씨랑 모연이만 있으면 돼.”

“그 재수 없는 건 밖에서 죽든 말든 상관없어.”

“난 이제 저 애를 딸로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속 마지막 무언가가 조용히 끊어지는 느낌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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