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었잖아

아라벨라

내 몸이 또 나를 배신했다. 그 앞에만 서면 언제나 그랬듯이.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허벅지 사이가 축축하고 따뜻하게 젖어 왔고, 나를 제자리에 못 박아 두는 그 눈길은 그걸 더 망칠 뿐이었다.

"그만 좀 그렇게 쳐다볼래?" 하고 중얼거리며 그에게서 눈을 홱 떼어냈다. 내 살덩이가 자꾸 그에게 대답하는 게 부끄러웠다. 딱 한 번만이라도 내가 고삐를 쥐는 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내게 닿도록 허락한 그 순간, 나는 그 고삐를 넘겨주고 말았다.

청바지에 묻은, 내가 지른 것의 마지막 얼룩까지 문질러 닦아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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