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새아빠 눈치를 보다가 결국 나를 버렸다. 사람을 죽인 건 언니였다. 그런데 경찰이 찾아왔을 때, 엄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범인으로 내몰았다. “빨간 코트라면 우리 집 작은애가 가지고 있어요.” “어젯밤에도 집에 안 들어왔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세상은 무너졌다.
내가 죽은 날. 동생은 내가 평생 꿈꿔 왔던 웨딩드레스를 입고 내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가족들은 내가 사라진 슬픔보다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분노했다. 오빠는 내가 일부러 축하해 주지 않으려고 잠적한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 말수가 적던 아빠마저, 내가 동생보다 잘되는 꼴을 못 봐서 질투하는 거라며 혀를 찼다. 엄마는 나를 향해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라고 욕했고, 당장 동생에게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그들은 내가 무사한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내가 살아 있는지, 어디서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 축하가 없으면, 임안나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