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격분한 그녀가 이혼 합의서 한 장으로 모든 걸 끝내려 했을 때, 저쪽에서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오늘 밤 자택으로 돌아오신답니다!"
챕터 1
“예린아, 네 남편이 다른 여자 품에 안겨 있는데 잠이 와? 유 사모님 자리가 위태로운 건 생각 안 해?”
빌라 침실.
최혜윤이 속 터진다는 듯 말하자, 고예린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 오늘 밤은 또 어떤 불여우예요?”
결혼 2년 차. 밖의 여자들은 줄을 서서 그녀가 물러나길 바랐고, 시어머니는 잊을 만하면 불륜 현장을 덮치라고 성화였다. 고예린은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다만 매번 헛걸음만 할 뿐, 유지훈의 결정적인 증거를 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호텔 호실 번호 카톡으로 보낼 테니, 가서 그놈 끌고 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최혜윤이 덧붙였다. “얘, 네가 계속 지훈이한테 이렇게 무심하면 나도 더는 못 도와준다.”
무심하다고?
유지훈이 그럴 기회라도 줘야 말이지!
2년 동안 그가 집에 들어온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싸우다 끝이 났다.
그는 역병이라도 피하듯 그녀를 피하는데, 어디 가서 마음을 쓴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와 유지훈이 예전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 아주 잘해주고, 많이 져주었다. 단지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이렇게 변해 버렸을 뿐이다.
눈을 감고 잠시 침묵하던 고예린이 몸을 일으키며 나른하게 말했다. “어머니, 알겠어요. 주소 보내 주세요.”
——
삼십 분 후.
고예린이 호텔 매니저에게서 룸 카드를 받았을 때, 주이안도 도착했다.
두 사람은 스위트룸 문 앞에 섰다.
고예린이 룸 카드를 들고 문을 열려던 순간, 방금까지 평온했던 마음이 불쾌하게 일렁였다.
비록 익숙한 일이라지만, 그래도 내 것을 남에게 빼앗기는 건 아무래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문이 열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진 피.”
“…….”
두 사람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불륜 현장을 잡으러 온 것 아니었나? 그런데 왜 화투를 치고 있지?
하지만 남자들 옆에 앉아 있는 어린 여자애들을 보니 불쾌한 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유지훈은 입에 담배를 물고 오른손으로 화투패를 만지고 있었는데, 이초은이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그의 팔에 매달려 옆에 앉아 있었다.
패를 돌리는 남자들은 모두 S시에서 내로라하는, 가장 잘나가는 남자들이었다.
유지훈은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이목구비는 조각처럼 잘생겼고, 콧날 위에는 금테 안경이 걸쳐져 있었으며, 머리는 자연스럽게 올백으로 넘겨져 있었다.
지적인 분위기 속에 흐르는 반항적인 매력은 몇 번을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의 외모라면 굳이 돈 주고 여자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그를 위해 전 재산을 바칠 여자들이 줄을 섰다.
유씨 그룹은 그가 경영권을 잡은 지 2년 만에 S시의 독보적인 선두 주자가 되었고, 이제 누구든 그 앞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했다.
만약 그가 예전 같았다면, 만약 그 일만 없었다면, 유지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이었을 것이다.
유지훈은 모든 게 완벽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에게만은 더 이상 다정하지 않았다.
문 쪽을 향해 앉아 있던 오준서가 고예린을 보고는 먼저 놀랐다가, 이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셋…”
‘형수님’이라는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유지훈의 차가운 눈초리가 날아들자, 오준서는 황급히 말을 바꿨다. “예린 누나, 어떻게 왔어?”
고예린은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보고 싶어서 왔지. 구경 좀 하려고.”
“아니, 셋….” 유지훈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오준서가 말했다. “예린 누나, 그런 농담은 내가 감당 못 해.”
말 안 해도 뻔했다. 분명 셋째 형을 잡으러 온 것이리라.
지난 2년간, 그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렇게 예쁜 아내를 집에 두고 거들떠보지도 않다니, 셋째 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오늘 밤 고예린은 무릎 기장의 브이넥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검은 웨이브 머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뜨려져 있었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서 거부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우아한 걸음으로 화투판 앞으로 다가서자, 방 안의 어린 여자애들은 이미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것이다.
고예린이 온 것을 본 이초은이 유지훈의 팔을 놓고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 “예린아.”
그녀를 무시한 채, 고예린은 유지훈의 팔을 힐끗 쳐다봤다. 이초은이 황급히 해명했다. “지훈 씨가 방금 이겨서, 내가 기뻐서 그만….”
이초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예린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초은, 앞으로 한 번만 더 그 사람한테 손대면, 네 손모가지 잘라 버릴 줄 알아.”
“예린아, 내 말 좀….” 이초은이 미간을 찌푸렸다. “예린아, 아파. 너무 아파.”
이초은이 울상을 짓자, 유지훈이 차가운 시선으로 고예린을 바라봤다. “그 손 안 놓으면, 내가 네 손모가지부터 자를 거다.”
그때, 이초은은 기회를 틈타 고예린의 손을 뿌리치고 두어 걸음 물러섰다. 손목을 문지르며 눈가가 붉어진 채 말했다. “지훈 씨.”
유지훈은 그녀를 힐끗 쳐다봤지만, 눈빛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뭘 무서워해? 앉아.”
오준서 옆에 있던 여자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유지훈에게 물었다. “지훈 오빠, 이분은 누구예요?”
담배 연기가 금테 안경 주변으로 흩어졌다. 유지훈은 점잖게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모르는 사람.”
그 말이 떨어지자, 오준서를 비롯한 모두가 얼어붙었다.
모르는 사람?
분명히 아는 사이, 그것도 23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였다.
올해, 고예린은 딱 스물세 살이었다.
화투판 옆에서 고예린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럼에도 그녀는 유지훈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상기시켰다. “두 시 반이야. 이제 그만 파해야지.”
오른손에 담배를 든 채, 유지훈은 여전히 점잖게 말했다. “자모 국사무쌍.”
마치 고예린은 존재하지 않는 공기인 것처럼.
이초은은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 나섰다. “예린아, 남자들이 노는 거 좋아하는 건 천성이잖아. 준서 씨도 있고 다들 있는데,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고예린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먼저 결혼해서, 네 남편 좀 나랑 놀게 빌려줘 보든가.”
“…….” 이초은은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말을 마친 고예린은 몸을 돌려 오준서 앞으로 다가갔다. 손가락으로 화투판을 톡톡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준서야, 일어나.”
오준서가 고개를 들었다. “예린 누나, 누나도 치게?”
옆에서 고예린을 따라와 내내 침묵을 지키던 주이안이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남자만 놀고 여자는 놀면 안 돼?”
숏컷 헤어에 화려한 일본풍 셔츠를 입은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자로, 고예린의 애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고예린을 향해 덧붙였다. “예린아, 이 호텔 선수들 괜찮다던데. 두 명 불러줄까?”
오준서가 비켜준 의자를 빼내며, 고예린은 아무렇지 않게 앉았다. “좋지.”
고예린의 말이 끝나자, 유지훈의 시선이 드디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고예린은 그 시선을 대놓고 무시하며 오준서의 패를 이어받아 쳤다. “삼광.”
얼마 지나지 않아, 잘생긴 젊은 남자 몇 명이 스위트룸 거실에 섰다. 주이안은 그중 가장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다가가 고예린 옆에서 잘 모시라고 지시했다.
임무를 받은 남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예린 옆에 앉았다. “누나, 제가 기운이 엄청 좋거든요. 제 옆에 앉으면 무조건 돈 따실 거예요.”
고예린이 웃었다. “누나가 돈 따면 너한테 큰 거 하나 쏠게.”
아니나 다를까, 몇 판이 돌자 고예린 혼자 독식하기 시작했다. 가장 얄미운 건 다른 사람이 낼 때는 가만히 있다가, 유지훈이 패를 낼 때마다 어김없이 그를 물 먹이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유지훈의 표정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번에도 고예린이 국사무쌍을 외치자, 유지훈은 들고 있던 화투패를 ‘탁’ 소리 나게 내던졌다.
그의 얼굴은 주변 공기를 얼려버릴 듯 차갑게 굳어 있었다.
고예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패를 섞으며 웃으며 놀렸다. “유 도련님, 지는 건 싫은가 보네. 지기 싫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든가.”
고예린이 자러 가라고 하자 유지훈이 비웃었다. “나랑 자고 싶어? 고예린 씨, 꿈도 야무지시네.”
유지훈의 말이 끝나자, 이초은은 조심스럽게 고예린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에는 정말 이혼하려나?
유지훈의 조롱에도 고예린은 딴 돈을 옆에 앉은 남자에게 건넸다. “이건 누나가 주는 선물.”
고예린이 건넨 현금 뭉치를 남자는 흥분하며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누나.”
방 안의 다른 여자애들의 눈이 순간 반짝 빛났다. 부러워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고예린의 돈을 받은 남자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그녀에게 말했다. “누나, 제가 더 기쁘게 해드릴 수도 있는데. 오늘 밤 저랑 같이 가실래요?”
남자의 말이 끝나자, 오준서의 입에 물려 있던 담배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들어 그쪽을 쳐다봤다.
순식간에 방 안은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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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독자 전용 • BD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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