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레나.

고개를 살짝 들자 시원한 바람이 목을 스쳤다. 길게 늘어진 까만 머리카락이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영광스러운 아침이었다. 공기는 여전히 상쾌했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나무 사이로 힘겹게 비치는 햇살이 얼굴에 따스하게 느껴졌다. 혼자 바깥에 있는 것에는 내가 항상 사랑했던 무언가가 있다. 이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숲을 두려워하고 가까이 가지 않지만, 나는 반대로 숲을 사랑한다.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 피부에 느껴지는 신선한 공기, 그리고 희미하게 풍기는 바닷물 냄새. 이런 것들이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 같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나는 그 시간을 만끽한다.

나는 노바스코샤 주 케이프 브레튼 섬 최북단에 있는 작은 어촌 마을에 산다. 인구는 약 이천 명 정도. 마을 주민들은 해안을 따라 대략 이십 킬로미터에 걸쳐 흩어져 살고 있다. 한쪽에는 바다가 있고, 다른 쪽에는 울창한 숲이 있다. 우리는 약간 고립되어 있지만 현지인들은 그것을 좋아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여기서 살아왔고,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운 좋게 빠져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작은 마을에는 기본적인 필수품이 모두 있고, 사람들은 보통 몇 안 되는 작은 상점 중 하나에서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다. 구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더 큰 도시로 여행을 가야 한다. 그것을 도시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내가 가본 적은 없다. 나는 이 섬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학교로 가는 길에 매일 나무 사이를 걷는 이 짧은 산책은 지옥 같은 내 존재 속에서 유일한 위안이었다. 나는 짧은 걸음,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마치 맑은 공기 속에서 보내는 매 순간을 더 길게 만들려는 듯이. 학교 생활 마지막 해가 몇 주 남지 않았고, 지난 12년의 모든 순간이 지옥 같았지만, 모든 것이 끝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학교의 검은 주철 대문에 도착하자 나의 작은 자유감은 사라졌다. 어두운 벽돌 벽과 작은 창문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감옥이었다. 후드를 얼굴 위로 끌어올리고, 고개를 숙인 채 입구로 향했다.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가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복도는 아직 비어 있었다.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주차장에서 벨이 울릴 때까지 친구들과 서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곧장 내 사물함으로 가서 가방을 안에 밀어 넣고 첫 수업 교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선호한다. 복도가 가득 차기 전에 도착하면, 보통 아침 학대의 대부분을 피할 수 있다. 복도를 행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종종 친구들과 서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이 쓰레기 같은 곳에서 적어도 한 명의 친구라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사물함에 머물며 어젯밤 맞은 일을 되새겼다. 눈을 감고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등의 생살에 달라붙은 셔츠 부분이 약간만 움직여도 따끔거렸다. 찢어진 피부는 옷 아래로 뜨겁고 팽팽하게 느껴졌다. 이마의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두통이 머리카락 선에서 귀 뒤까지 퍼졌다. 화장으로 최대한 가리려고 했지만, 파운데이션을 열린 상처에 문지르려고 하니 화상을 입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반창고를 붙였다. 어차피 반창고는 피부색이라 내 얼굴에 잘 어울릴 것이다. 어두운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 대부분을 가릴 수 있고 후드티가 나머지를 가릴 것이다.

갑자기 뒤쪽 복도에서 소음이 증가한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나는 빠르게 사물함을 닫고, 고개를 숙인 채 첫 수업을 향해 복도를 걸었다. 모퉁이를 빠르게 돌다가 단단한 무언가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책을 떨어뜨리며 복도 한가운데로 뒤로 넘어졌다. 아픈 등으로 바닥에 누워 사지를 뻗은 채 복도는 조용해졌다. 눈을 꼭 감았다.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통은 거의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정말 루저네"라고 데미가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복도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빠르게 웃음에 동참했다. 나는 손과 무릎으로 기어가며 도망치기 위해 내 물건들을 모으려고 했다.

내 노트북을 잡으려고 했지만, 더 이상 바닥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는 얼어붙었다. 그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고, 그의 무릎이 찢어진 검은 청바지 사이로 보였다. 그에게서 방사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내게서 60센티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의 달콤한 땀 냄새는 뜨거운 여름날의 공기 같았다. 나는 그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이 사람은 누구지?

"죄송한데, 이거 당신 거인가요?" 그가 내 책을 들고 팔을 내밀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벨벳 같았으며, 낮은 울림이 있는 부드러운 음색이었다.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내 책을 낚아채고 일어서려 했다. 그의 큰 손이 내 어깨를 잡고 나를 위로 끌어올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접촉에 대한 충격으로 나는 다시 바닥으로 넘어졌다. 눈을 꽉 감고, 머리를 팔 쪽으로 돌린 채 그가 나를 때리기를 기다렸다. 복도에서 웃음소리가 다시 터져 나왔다.

"어이" 그 수수께끼 같은 소년이 내가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걔 진짜 이상한 괴물이야" 데미가 깔깔거렸다.

예상했던 고통은 오지 않았다. 그는 나를 때리지 않았고,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나는 후드티 아래에서 밖을 내다보았고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팔을 뻗어 나를 비웃기 위해 모여든 다른 아이들을 자기와 함께 물러서게 했다.

나는 잠시 차가운 바닥에 앉아 이 소년을 바라보았다. 전에 학교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짙은 갈색 부츠는 끈이 풀려 있었고 많이 낡아 보였으며, 찢어진 청바지는 그의 엉덩이에 꼭 맞았다. 그는 빨간 W가 인쇄된 바랜 회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는 벨트 위로 느슨하게 걸쳐 있었지만 근육질의 가슴에는 꼭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키가 컸다. 정말 컸다. 그는 뒤에 있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높이 서 있었다. 나는 그의 옆으로 여전히 뻗어 있는 팔을 살펴보았다. 소매는 그의 불룩한 이두박근을 감싸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니, 턱은 매끄럽고 강했으며, 분홍빛 입술은 다물어져 있었다. 짙은 모래색 금발은 머리 위에 완벽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옆은 짧고 위는 길었다. 그의 밝은 파란 눈은 무서울 정도로 강렬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매혹적이었고, 마치 고대 그리스 신과 같았다. 나비들이 내 배 속에서 터져 나와 춤을 추는 듯했다. 이 아름다운 존재를 바라보며 나는 뜨겁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와우. 그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나를 살펴보았다. 젠장! 그는 내가 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웃고 있는 십대들 무리를 지나 몸을 숙이며 달려갔다.

영어 수업에 도착한 나는 교실 뒤쪽 구석에 있는 내 자리로 서둘러 갔다.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놓고 자리에 웅크렸다. 뺨의 눈물을 닦으며 나는 '이곳이 정말 싫어'라고 속삭였다. 접힌 팔에 머리를 기대고 복도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남자친구나 데이트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 새로운 소년에 대한 무언가가 내 배를 뒤집어 놓았다.

"여러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이 두 명은 우리의 새 학생들인 콜과 피터입니다."

나는 새 학생들을 보기 위해 머리를 조금 들었다가 살짝 뒤로 물러섰다. 세상에, 그들도 신들이었다. 첫 번째, 더 키가 큰 아이는 짙은 갈색 머리에 매끄러운 크림색 피부와 날씬하고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교실 반대편에서 내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두 번째 아이는 조금 더 작았고 짙은 붉은 머리에 그을린 피부와 빛나는 녹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눈 역시 내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머리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왜 이런 멋진 생명체들이 나를 쳐다보는 걸까? 나는 그저 더럽고 망가진 누더기 인형일 뿐인데.

"얘들아, 자리에 앉으렴" 선생님이 다정하게 말했다.

두 소년은 교실 뒤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교실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여학생들의 시선이 그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따라갔음이 분명했다. 키가 큰 소년은 내 옆 책상에 앉았고, 다른 소년은 내 앞에 앉았다. 앞에 앉은 소년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머리를 숙이고 후드 아래로 내 얼굴을 보려고 했다. 아마 오늘 아침 복도에서 그 모든 소동을 일으킨 흉측한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안녕, 난 콜이야" 내 옆에 앉은 소년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다소 차분하면서도 의심스러운 톤이었다. 그는 내 앞 책상을 가리키며,

"저기 있는 건 피터인데, 모두 그를 스미스라고 불러" 콜이라는 소년이 말했다. 거기 앉아 있는 소년은 삐딱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첫눈에 적어도 그는 친절해 보였지만, 보통 그들은 다 처음엔 그렇게 보인다.

나는 어색하게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머리를 숙였지만, 최대한 그들을 주시했다.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런 친절한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교실 앞쪽으로 돌렸다. 나는 공포감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뭘 원하는 거지? 왜 나에게 말을 걸었을까? 이건 그저 장난일 뿐이야, 틀림없이. 그들은 이곳의 다른 모든 나쁜 놈들처럼 나를 괴롭힐 거야,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들이 나에게 친절할 이유가 없으니, 이건 분명 속임수일 거야.